냉동실에 응급피자 반판쯤 항시 들어있는 사람

그게 저예요
도미노피자 방문포장 1+1 픽업하러 왔어요
요즘 물가에 피자 1판당 15000원꼴 너무 반갑네요
당근거래>병원>피자 픽업해서
버스를 기다립니다.
병원에서 새해 덕담을 듣고 참 좋아서
피자 픽업해나오면서 새해복많이받으세요- 인삿말을 흘렸습니다.
피자 두판에 콜라 두개까지 양손무겁게 들고 스크럼블 교차로를 총총 건너는데
저마다 대화를 나누며 낄낄거리는 아저씨들,
어떤 소재의 옷이 덜 춥다는 대화를 하는 아주머니들의 꼭 닮은 파마머리,
저렴한 야채가게에 갈색 점이 올라온 바나나,
구름 한점 없는 하늘 아래의 풍경들에
산 자와 죽은 자의 무게가 사무치게 다가오네요.
저는 운이 좋아 살아남았습니다. 안녕하지 못한 듯 안녕하구요
집에들어가면 남은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돌리고 서류를 정리해야 합니다. 일상을 굴리는 것, 그게 산 자의 몫이지요.
오늘은 일을 빨리 갈무리하고
편의점에서 싸구려 위스키를 한병 사와야겠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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